일명 ‘웰다잉법’(존엄사법)의 시행에 따른 형사정책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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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웰다잉법’(존엄사법)의 시행에 따른 형사정책적 과제
박미숙 | 강태경 | 김현철
<국문 요약>
최근 2016. 1. 8.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라 한다)이 국회를 통과하여 2018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은 그 동안 의료 관행상 환자가족과 병원측이 합의하여 시행하던 연명의료결정을 가능한 한 환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을 정하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본 연구는 연명의료결정법상의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논의는 별론으로 하고 형사정책적 문제영역인 연명의료결정을 둘러싼 논의를 살펴보고 정책적 제언을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우선 제2장에서는 연명의료결정법의 입법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이 법의 의의와 주요 내용, 그리고 문제의식을 짚어보았다. 연명의결정법은 연명의료 문제의 사회적 공론화 단계를 거쳐 입법되었다. 대법원이 처음으로 연명의료중단을 허용하였던 이른바 2009년 김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서는 연명의료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의료인들은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자율지침을 마련하였고, 보건복지부는 관련 입법 과정에서 있을 국회 법안 심의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구축하고자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 관련 사회적 협의체’를 조직하였다.
2013년에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권고’를 통해 특별법 형태의 제도화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후 법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과 공청회를 통해 법률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의견과 이해관계자의 사회적 합의과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연명의료결정법이 국회법제사법위원회 및 본회의를 통과하였으며(2016.1.8.)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제정 공포되기에 이른다(2016.2.3.). 이 법은 연명 의료결정 대상 환자의 범위와 이에 대한 판단 주체, 결정 대상이 되는 연명의료조치, 환자의 의사 확인 방법, 환자의 의사 추정 방법을 그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연명의료결정법의 입법으로써 최소한 의사에게 연명의료중단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지만, 구체적으로 연명의료중단행위의 형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은 아니다. 또한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과 환자의 추정적 의사에 의해 가족이 연명의료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가 등의 연명의료중단 요건을 둘러싸고 매우 열띤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제3장에서는 미국과 대만의 연명의료결정 법제를 살펴보았다(제3장). 먼저 미국의 경우 연명의료법의 태동은 판례가 먼저 이루어지고 나서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의료현실에서의 관행과 지침 마련으로 이어지고 종국적으로 입법화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는 우리나라의 입법흐름과 거의 같다. 다만 미국의 경우에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는 과정에서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임해왔으며, 이를 통해 각 주들도 자연사법, 존엄사법 등 다양한 형태의 이름으로 관련 연명의료법을 두고 있다. 그리고 사전의료지시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이름으로 행해지고 구체화됨으로써 환자가 의사능력을 잃은 뒤에 환자의 최선의 이익으로 의료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에도 대략 15년여에 걸친 논의과정에서 연명의료의 헌법적 근거와 그 행사주체와 의사확인문제, 대리결정의 기준 등에 대한 법적 논의를 토대로 입법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연명의료결정의 제도화 과정에서 초기 연명의료에 국한되던 범위가 의료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에 대한 기준과 절차를 규정하는 법률로 일반화되었다는 특색을 갖는다. 의료결정의 빔위에는 인공적인 영양 및 수분공급, 인공소생술 금지 지시, 그리고 모든 형태의 의료시행과 보류·철회등에 관한 지시 를담고 있다.
한국의 연명의료결정법에 많은 영향을 준 대만의 안녕완화의료조례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법은 말기환자에 대하여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원서가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행위 능력자2인 이상이 작성 현장에서 증명할 수 있어야 하며, 연명의료결정을 집행하는 의료기관 소속 관계자는 증인이 될 수 없다. 이 법에 따르면, 환자가 말기인지 여부는 ‘심각한 부상이나 질병’, ‘치유불가’, ‘단기내의 사망’이라는 세 가지 기준에 의해 판단되고, 이 판단에는 두 명의 전문의가 참여하여야 한다. 그리고 말기환자의 근친속은 법규에 따라 환자가 의식이 없을 때 의사에게 심폐소생술의 불시행을 요구할 수 있으나 이를 중지하거나 제거하는 등의 연명의료 중지를 요구할 수 없다. 이는 이미 연명의료를 시행한 경우 환자 가족이 그 중지를 요구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권에 반하는 것이라는 점에 근거한다.
이에 관해서는 말기환자 가족에게 그 말기환자에 대한 심폐소생술중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가 있다. 그리고 이 법은 말기환자의 의식이 불명확하거나 혹은 의사를 표시할 수 없을 경우에 대리인에 의한 연명의료결정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대리인에 의한 연명의료결정은 말기환자가 이전에 표시한 의사에 반해서는 안 된다. 대만의 경우에도 연명의료 결정의 대상으로서 말기환자의 범위와 환자 가족의 대리권의 내용과 범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제4장에서는 연명의료결정법의 주요 내용과 관련된 법률적 쟁점들을 살펴보고, 이 쟁점들을 헌법적ㆍ형사법적ㆍ형사정책적 관점에서 검토하였다. 연명의료법은 삶의 마무리에 관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규율하는 법률이다. 이러한 법률의 헌법적 정당화에 관해서는 생명권에 호소하는 견해, 인간의 존엄에 호소하는 견해, 그리고 자기결정권에 호소하는 견해가 있다. 대법원, 헌법재판소 그리고 헌법학계의 다수의 의견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경우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마무리하는가에 대해 헌법상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헌법상 생명권 보호와 상충할 수는 있지만 인간의 존엄성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정당화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연명의료 결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환자 가족의 합의에 의한 연명의료 중단등 결정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입장이 정리되어 있지 않다. 환자 가족의 결정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이라는 범주 아래에 포섭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충족하는 것이어서 정당화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 환자를 위한 최선의 이익을 판단하여 연명의료를 지속하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반한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경우에는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현재 연명의료결정법 제18조는 최선의 이익 판단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제18조에 따라 가족 전원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도 의료기관 윤리위원회의 최선의 이익에 관한 규범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것이 입법론적으로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대해서는 형법 이론에서 안락사, 존엄사 등의 이름으로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다. 형법학계는 안락사를 살인의 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다만 위법성 조각 사유(특히, 형법 제20조 정당행위)가 있을 경우에는 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리고 안락사는 ‘진정·부진정’,‘적극적·소극적’, ‘직접적·간접적’, ‘자발적·비자발적’ 등의 기준으로 유형화되는데, 대체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은 ‘소극적 안락사’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는 것으로 보고 이에 관하여 논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대체로 안락사 개념에서 논의되는 사례들은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이거나 가족이거나 환자와 관련된 사람이 대부분이며 이들은 일차적으로 결과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는 이른바 ‘보증인의 지위’에 있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이들에게 작위·부작위라는 의미를 가진 적극적·소극적의 구분은 거의 의미가 없다.
그리고 연명의료결정법의 제정으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은 아예 구성요건 해당성도 없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 아니면 위법성 조각사유인 정당행위로서 “법령에 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었기 때문에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은 범죄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연명의료결정법은 가족이 결정하는 비자발적인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대해서도 법률상 정당화 근거를 제공한다.
형사정책적 관점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은 다음과 같은 입법적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가족에 의해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이 내려지는 경우에서 범죄로 정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 부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제39조와 제40조에 벌칙규정을 두고 있으나 가족에 의해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이 내려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가족 등 환자의 의사 대리권을 행사하는 자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감안한다면 가족에 의한 결정에 관한 벌칙 규정은 매우 필요하다. 비교법적으로 대만의 경우에 가족에 의해 연명의료 중단등결정이 내려지는 경우에 법적 의미와 효과에 대하여 논의가 있음은 참고할 만하다.
둘째, 적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하자있는 절차를 거쳐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시행한 경우에 대한 처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연명의료법 제39조 제1호에 따른 처벌을 받는 자는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이행한 자인데, 담당의사가 제17와 18조의 적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무단으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시행하였다면 이는 불법으로 비난받아야 한다. 그리고 담당의사가 제17조와 제18조의 절차를 거쳤으나 하자있는 절차인 경우에 담당의사를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도 고의·과실을 구분하여 적용여부를 정함이 타당하다.
셋째, 연명의료중단등결정시 가족의 일치하는 진술은 있지만, 그 진술이 미리 가족이 허위로 공모한 경우여서 환자 본인의 진실한 의사가아닌 경우나, 제18조 제1항에 따라 해당 분야 전문의가 환자 본인이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이를 고의로 묵살한 경우에는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이행의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이행을 한 자 보다 더한 불법성을 가졌다고 해야 하며, 이들 불법성에 대한 형법적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5장에서는 위의 논의를 토대로 연명의료결정법의 입법평가 및 형사정책적 과제를 제시하였다. 연명의료결정은 다양한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의료결정 중 하나이고, 의료과정의 단계들을 명확히 경계 짓는 것은 쉽지는 않다. 이런 점에서 일반적인 의료결정에 관한 법 안에서 연명의료결정을 규율하는 것이 환자 본인에게 더 많은 시간과 기회를 보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인다. 환자연명의료결정법도 향후에는 미국의 통일의료결정법처럼 의료 과정 전반에서 이루어지는 의료결정에 관한 기준과 절차를 규율하는 일반법으로 포섭될 수 있도록 입법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제도운영에 따르는 부작용과 경험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아직까지 연명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 등은 동법 제정 이후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음을 시사한다. 이에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과 지혜를 모아 예상되는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출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연구총서 16-AB-01,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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