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성의 처지를 모른다는 걸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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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5-04-03 16:45 조회110회 댓글0건본문
"우리는 여성의 처지를 모른다는 걸 모른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가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교회와 여성 리더십'을 주제로 콜로키움을 열었다.
지난 15일 예수회센터에서 진행한 콜로키움에서는 정다빈 연구원(인권연대연구센터), 이근상 신부(예수회 여성위원회), 이미영 선임연구원(우리신학연구소), 오수경 전 대표(청어람ARMC)가 참여했다. 이들은 교황청의 여성 리더십, 예수회 여성위원회의 여정과 전망, 가톨릭교회 내 여성 리더십의 도전과 과제, 개신교 여성 리더십과 여성 운동의 과제 등 주제를 통해 가톨릭교회와 개신교 내 여성 리더십의 상황과 변화, 여성 리더십을 위한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살폈다.
발표와 나눔에 앞서 박상훈 신부(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장)는 최근 한국 사회가 혼란과 분열, 붕괴를 겪으면서 민주주의, 자유, 평등과 같은 가치들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찾아나서고 돌파해야 하는 가치들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하고, “특히 빈곤 문제와 더불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제 가운데 하나가 여성 문제”라고 짚었다.
먼저 정다빈 연구원과 이근상 신부는 여성 리더십과 관련한 가톨릭교회의 보편 상황과 변화 양상, 과제와 전망을 살폈다.
프란치스코 교종, “여성 참여가 교회 유산과 미래를 더 풍요롭게 한다”는 인식
“오늘날 교회가 마주한 도전은 교회의 권한이 행사되는 다양한 영역에서도 여성의 특별한 위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프란치스코 교종)
정다빈 연구원은 교황청 내부 여성의 자리와 역할의 변화를 살피고 그 의미와 과제를 말했다.
교회 내 여성 리더십이 어떠한 변화를 맞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상징적으로 최근 교황청 인사를 통해 볼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2019년부터 21년까지 매년 교황청 주요 직책에 여성들을 임명했다.
변화는 인사뿐이 아니었다. 2021년 자의교서 ‘주님의 성령’을 반포하면서, 여성이 독서직과 시종직에 공식 봉사할 수 있도록 교회법(230조 1항)을 개정했다. 2023년 프란치스코 교종은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를 발표하고, “세례받은 모든 평신도는 교황청 부서의 최고 책임자에 임명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리고 2024년 1월, 교종은 교황청 ‘축성생활회와 사도생활단부’ 장관에 시모나 브람빌라 수녀를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정다빈 연구원은 수치 변화를 보면, 지난 10년간 바티칸에서 일하는 여성 비율이 19.3퍼센트에서 26.1퍼센트로 늘었다. 특히 참여 비율뿐 아니라 장관, 차관, 차관보 등 고위직을 맡은 여성이 늘어났다는 것,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바티칸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임명됐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의 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 여정, 세계주교시노드와 연결해 교회와 여성 리더십은 “단순히 많은 여성이 교회 기관 운영과 시노드에 참여했다는 것을 넘어,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 공동체에서 여성 리더십은 분리될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노달리타스는 하느님 백성 모두를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가운데, 여성 리더십 확대는 이러한 포용성의 원칙을 실현하는 구체적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 연구원은 그러나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가 있다고 보고, “교황청 내 여성 고위직 임명은 여전히 ‘예외적’ 사례일 뿐이며, 성품 성사와 통치권의 분리는 여성 성직자에 관한 논의를 제한하는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또 “바티칸에서 시작된 변화가 지역 교회에서 충분히 확산되느냐의 문제, 교회 안 남성 중심의 위계 질서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일부의 변화로 바뀌지 않는 문제”를 지적했다.
“한 가지 사명, 예수의 동반자”
여성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였는가
이근상 신부는 예수회 여성위원회 참여 경험의 여정과 전망을 나눴다.
“우리는 모든 예수회원들에게 배려와 용기를 가지고 여성들의 체험에 귀 기울일 것을 권고한다. 많은 여성들은 남성들이 자신들의 말에 온전히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느낀다.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면 ... 여성들의 진정한 관심사를 빗겨 지나가게 되며 ... 남성지배를 재강화할 뿐이다.”(예수회 34차 총회(1995) 교령14 중)
이근상 신부는 1995년 열린 예수회 총회의 교령 가운데 여성과 관련된 내용과 의미를 소개하고, “교령에 따라 예수회는 여성과 남성 모두 예수의 동반자이며, 예수회원이나 협력자 모두 예수의 동반자로서 같은 사명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예수회, 예수회원 그리고 교회와 시민사회 안에서 여성의 상황”을 말한 14번째 교령은 “여성에 대한 최초의 독립적 교령”이며, “존중, 상호성, 동등성”으로 요약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을 충분히 존중했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필요한 것은 “여성과 남성은 서로 다른 측면이 있으며, 그 다른 측면을 온전히 다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여정이다. 충분히 그 다름을 인정하고 들으려고 노력했는가 하는 성찰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호성”과 관련해 여성은 “함께하는 존재이며, 사제, 남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빈자리를 채우는 존재가 아니”라면서, “상당히 많은 곳에서 여성을 협력자로 강조하지만, 부족함을 채우는 존재가 된다. 그러나 남성도, 여성도 그들만으로는 완결성을 이룰 수 없으며, 함께해야만 온전해지는 상호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세 번째, 동등함(equality)에서 동등하다는 것은 모든 일을 똑같이, 차이 없이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처지와 다름 안에서 함께 온전함을 추구하는 것이 동등함이다.”
이근상 신부는 “중요한 것은 여성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고, 여성들의 구체적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들어야 한다. 듣고 나서 그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장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 교령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우리가 잘 모른다는 것을 모른다. 그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지 않았는데도 안다고 생각하기 쉽다”면서, “그래서 교령은 계속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는 것, 모른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이 신부는 “여성들, 협력자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기존 자리에 여성들을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협력 공간을 열어야 한다. 참여하는 그 공간에서 그들의 고유한 가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 줘야 한다”면서, “여성위원회 같은 단순한 방식도 있지만, 그것을 넘어 더 구체적인 공간을 만들고, 충족해야 할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을 위한 여러 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 고유한 양성에 대한 제안, 개발이 필요하고 그 양성은 분리가 아닌 함께하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사도직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의 90퍼센트가 여성이다. 그 여성들의 일상 언어,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고, 관계망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자모회와 주방에 묶여 있는 여성들
교회 안과 밖 여성들의 연대 필요
이미영 선임연구원은 한국 천주교회 내 여성 리더십의 도전과 과제를 발표했다.
근래 교회 안에서 여성은 더 이상 성차별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위상이 높아졌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데 왜 여전히 어떤 부분에서는 성차별이 있다고 느끼는 이들이 있는 걸까.
이미영 선임연구원은 본당(성당)이나 교회 조직에 여성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여성 사목회장, 성체분배자는 여전히 귀하다면서, “본당 사목평의회와 같은 의사결정 기구에 과연 여성들은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가. 교회, 본당 안에서 여성이 맡고 있는 역할은 어디에 한정되어 있는가. 본당 행사에서 주방 일을 맡는 이들은 누구인가, 강연, 특강 강사진들의 남성, 성직자 비율은 얼마나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교회에 성 역할 지침이나 명시적 제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더 무서운 것은 뿌리 깊게 형성되고 이어지는 성차별 문화다. 이 문화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차별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을 살고 있다”면서, 성직을 제외한 평신도 리더십에서 남성과 여성은 과연 평등한가라고 물었다.
한국 교회 통계에서 여성 신자 비율은 57퍼센트다. 가시적, 실질적으로 여성이 더 많다. 그러나 연령별로 보면, 20-30대 여성 신자 비율은 40퍼센트대로 떨어지고 있다. 이 연구원은 통계로 드러나는 현실을 보면서 교회는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과연 어떤 존재인가, 과연 교회는 젊은 여성들에게 매력이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전 한 교구의 여성분과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들어, “교회 문화는 여성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가 아니”라는 부정적 평가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면서, 답변에서 “특히 20-30대 여성은 교회의 가부장 문화,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큰 반감을 표출했다. 특히 여성 중에서도 40대 이상 비혼 여성들이 설 자리가 없는 현실도 지적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당 행사에서 한복을 입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여성 신자가 성체 분배를 하는 여성 신자보다 당연한 현실에서,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하지 않았거나 못했던 역할을 할 수 있는 변화는 어떻게 가능할까”라며, “교회 안 여성들과 교회 밖 여성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여성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말한다면 교회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여성들만의 영역이라고 인식됐던 제대회 봉사를 하는 남성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교회 역시 느리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느낀다며, “성 역할 구분을 떠나 함께 역할을 나누고 필요한 일들을 해 나가면서 변화가 생겨날 것이다. 예수의 어머니라는 특수한 여성만이 아니라 초대 교회 여성 회장과 같은 수많은 여성을 기억하고 여성들이 자유롭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 안 여성, 마르타와 마리아를 동시에 구현하는 그림자 노동자
마지막으로 개신교 단체 대표를 지낸 오수경 씨가 개신교 내 여성 리더십 현실을 발표했다.
개신교 안에서 비신학자, 비목회자, 40대 여성으로서 단체 대표를 맡았던 오 전 대표는 개신교 안에도 여성 리더십 표본이 없는 현실에서 “여성 리더십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면서, “개신교 내 비주류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너무 소중했기 때문에 역할을 맡았고, 교회 안에서 무수한 차별을 겪으면서 점점 페미니스트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여성들은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철저히 배제되면서, 어머니의 리더십, 모성애적 교회상을 요구받고 있다며, “여성 목회자를 허용하는 교단조차, 남성 목회자와 같은 역할을 주지 않고, 교육이나 양육 관련 역할을 맡게 된다. 여성 목회자를 제도적으로 받아준다고 하지만, 여전히 가부장적 성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에서는 여성들에게 “마르타와 마리아를 동시에 구현하는 지혜롭고 현숙한 그림자 노동자”를, 단체 실무자일 때에는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정하다”거나 당연히 남성 목회자의 부인으로 인식되는 현실을 말하며, “여전히 여성 차별을 신학적, 성서적으로 정당화하고,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한 무지와 무성의, 무례를 범하고, 시대착오적 반젠더적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수경 전 대표는 “왜 교회에서 여성주의적 관점은 주류 담론이 되지 못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와 신학 구조가 유지되면서 결국 ‘여성 리더십을 위한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에게는 여성 리더십의 계보가 있다. 교회는 여성들에게 해방의 공간이자 사회적 이득을 가져다 준 공간이었다. 여성들은 그런 교회 안에서 제한적임에도 자유로운 활동을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주의 관련 콘텐츠, 여성주의 성서 해석 등을 통해 여성들의 역동성을 살려 나갈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면서, “여성 안수 투쟁과 같은 전방위적이며 성실한 투쟁을 지속하고, 교회 내 권력을 재정의하며, 보다 상호존중적이고 평등한 관계와 권위의 나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신교 여성운동은 점점 변화하고 있으며, 과거 전문인을 중심으로 한 연구 활동, 수직적 운동이었다면, 최근에는 더 느슨하고 평등한 대중운동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그는 “여성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고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느슨하고 상시적인 연대, 대항 언어, 기도와 영성의 새로운 이해, 온라인 기반의 가벼운 조직, 위임과 분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전 대표는 현재 개신교 역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탈교가 가속화되고 있고, 선제적 노령화가 되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질수록 개신교 내부에서는 정상 가족 중심으로 한 가부장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고, 성소수자, 이주민과 같은 존재들이 배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때에 여성 리더십을 위한 운동은 상당히 중요한 과제가 됐다. 교회를 새로운 선교지로 인식해야 하는 것인가 생각하면서, 교회 밖에서 역동을 만들며 교회 안에서 요구하는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s://www.catholicnews.co.kr)2025.03.20
지난 15일 예수회센터에서 진행한 콜로키움에서는 정다빈 연구원(인권연대연구센터), 이근상 신부(예수회 여성위원회), 이미영 선임연구원(우리신학연구소), 오수경 전 대표(청어람ARMC)가 참여했다. 이들은 교황청의 여성 리더십, 예수회 여성위원회의 여정과 전망, 가톨릭교회 내 여성 리더십의 도전과 과제, 개신교 여성 리더십과 여성 운동의 과제 등 주제를 통해 가톨릭교회와 개신교 내 여성 리더십의 상황과 변화, 여성 리더십을 위한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살폈다.
발표와 나눔에 앞서 박상훈 신부(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장)는 최근 한국 사회가 혼란과 분열, 붕괴를 겪으면서 민주주의, 자유, 평등과 같은 가치들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찾아나서고 돌파해야 하는 가치들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하고, “특히 빈곤 문제와 더불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제 가운데 하나가 여성 문제”라고 짚었다.
먼저 정다빈 연구원과 이근상 신부는 여성 리더십과 관련한 가톨릭교회의 보편 상황과 변화 양상, 과제와 전망을 살폈다.
프란치스코 교종, “여성 참여가 교회 유산과 미래를 더 풍요롭게 한다”는 인식
“오늘날 교회가 마주한 도전은 교회의 권한이 행사되는 다양한 영역에서도 여성의 특별한 위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프란치스코 교종)
정다빈 연구원은 교황청 내부 여성의 자리와 역할의 변화를 살피고 그 의미와 과제를 말했다.
교회 내 여성 리더십이 어떠한 변화를 맞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상징적으로 최근 교황청 인사를 통해 볼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2019년부터 21년까지 매년 교황청 주요 직책에 여성들을 임명했다.
변화는 인사뿐이 아니었다. 2021년 자의교서 ‘주님의 성령’을 반포하면서, 여성이 독서직과 시종직에 공식 봉사할 수 있도록 교회법(230조 1항)을 개정했다. 2023년 프란치스코 교종은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를 발표하고, “세례받은 모든 평신도는 교황청 부서의 최고 책임자에 임명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리고 2024년 1월, 교종은 교황청 ‘축성생활회와 사도생활단부’ 장관에 시모나 브람빌라 수녀를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정다빈 연구원은 수치 변화를 보면, 지난 10년간 바티칸에서 일하는 여성 비율이 19.3퍼센트에서 26.1퍼센트로 늘었다. 특히 참여 비율뿐 아니라 장관, 차관, 차관보 등 고위직을 맡은 여성이 늘어났다는 것,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바티칸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임명됐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의 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 여정, 세계주교시노드와 연결해 교회와 여성 리더십은 “단순히 많은 여성이 교회 기관 운영과 시노드에 참여했다는 것을 넘어,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 공동체에서 여성 리더십은 분리될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노달리타스는 하느님 백성 모두를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가운데, 여성 리더십 확대는 이러한 포용성의 원칙을 실현하는 구체적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 연구원은 그러나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가 있다고 보고, “교황청 내 여성 고위직 임명은 여전히 ‘예외적’ 사례일 뿐이며, 성품 성사와 통치권의 분리는 여성 성직자에 관한 논의를 제한하는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또 “바티칸에서 시작된 변화가 지역 교회에서 충분히 확산되느냐의 문제, 교회 안 남성 중심의 위계 질서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일부의 변화로 바뀌지 않는 문제”를 지적했다.
“한 가지 사명, 예수의 동반자”
여성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였는가
이근상 신부는 예수회 여성위원회 참여 경험의 여정과 전망을 나눴다.
“우리는 모든 예수회원들에게 배려와 용기를 가지고 여성들의 체험에 귀 기울일 것을 권고한다. 많은 여성들은 남성들이 자신들의 말에 온전히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느낀다.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면 ... 여성들의 진정한 관심사를 빗겨 지나가게 되며 ... 남성지배를 재강화할 뿐이다.”(예수회 34차 총회(1995) 교령14 중)
이근상 신부는 1995년 열린 예수회 총회의 교령 가운데 여성과 관련된 내용과 의미를 소개하고, “교령에 따라 예수회는 여성과 남성 모두 예수의 동반자이며, 예수회원이나 협력자 모두 예수의 동반자로서 같은 사명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예수회, 예수회원 그리고 교회와 시민사회 안에서 여성의 상황”을 말한 14번째 교령은 “여성에 대한 최초의 독립적 교령”이며, “존중, 상호성, 동등성”으로 요약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을 충분히 존중했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필요한 것은 “여성과 남성은 서로 다른 측면이 있으며, 그 다른 측면을 온전히 다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여정이다. 충분히 그 다름을 인정하고 들으려고 노력했는가 하는 성찰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호성”과 관련해 여성은 “함께하는 존재이며, 사제, 남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빈자리를 채우는 존재가 아니”라면서, “상당히 많은 곳에서 여성을 협력자로 강조하지만, 부족함을 채우는 존재가 된다. 그러나 남성도, 여성도 그들만으로는 완결성을 이룰 수 없으며, 함께해야만 온전해지는 상호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세 번째, 동등함(equality)에서 동등하다는 것은 모든 일을 똑같이, 차이 없이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처지와 다름 안에서 함께 온전함을 추구하는 것이 동등함이다.”
이근상 신부는 “중요한 것은 여성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고, 여성들의 구체적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들어야 한다. 듣고 나서 그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장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 교령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우리가 잘 모른다는 것을 모른다. 그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지 않았는데도 안다고 생각하기 쉽다”면서, “그래서 교령은 계속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는 것, 모른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이 신부는 “여성들, 협력자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기존 자리에 여성들을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협력 공간을 열어야 한다. 참여하는 그 공간에서 그들의 고유한 가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 줘야 한다”면서, “여성위원회 같은 단순한 방식도 있지만, 그것을 넘어 더 구체적인 공간을 만들고, 충족해야 할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을 위한 여러 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 고유한 양성에 대한 제안, 개발이 필요하고 그 양성은 분리가 아닌 함께하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사도직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의 90퍼센트가 여성이다. 그 여성들의 일상 언어,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고, 관계망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자모회와 주방에 묶여 있는 여성들
교회 안과 밖 여성들의 연대 필요
이미영 선임연구원은 한국 천주교회 내 여성 리더십의 도전과 과제를 발표했다.
근래 교회 안에서 여성은 더 이상 성차별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위상이 높아졌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데 왜 여전히 어떤 부분에서는 성차별이 있다고 느끼는 이들이 있는 걸까.
이미영 선임연구원은 본당(성당)이나 교회 조직에 여성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여성 사목회장, 성체분배자는 여전히 귀하다면서, “본당 사목평의회와 같은 의사결정 기구에 과연 여성들은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가. 교회, 본당 안에서 여성이 맡고 있는 역할은 어디에 한정되어 있는가. 본당 행사에서 주방 일을 맡는 이들은 누구인가, 강연, 특강 강사진들의 남성, 성직자 비율은 얼마나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교회에 성 역할 지침이나 명시적 제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더 무서운 것은 뿌리 깊게 형성되고 이어지는 성차별 문화다. 이 문화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차별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을 살고 있다”면서, 성직을 제외한 평신도 리더십에서 남성과 여성은 과연 평등한가라고 물었다.
한국 교회 통계에서 여성 신자 비율은 57퍼센트다. 가시적, 실질적으로 여성이 더 많다. 그러나 연령별로 보면, 20-30대 여성 신자 비율은 40퍼센트대로 떨어지고 있다. 이 연구원은 통계로 드러나는 현실을 보면서 교회는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과연 어떤 존재인가, 과연 교회는 젊은 여성들에게 매력이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전 한 교구의 여성분과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들어, “교회 문화는 여성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가 아니”라는 부정적 평가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면서, 답변에서 “특히 20-30대 여성은 교회의 가부장 문화,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큰 반감을 표출했다. 특히 여성 중에서도 40대 이상 비혼 여성들이 설 자리가 없는 현실도 지적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당 행사에서 한복을 입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여성 신자가 성체 분배를 하는 여성 신자보다 당연한 현실에서,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하지 않았거나 못했던 역할을 할 수 있는 변화는 어떻게 가능할까”라며, “교회 안 여성들과 교회 밖 여성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여성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말한다면 교회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여성들만의 영역이라고 인식됐던 제대회 봉사를 하는 남성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교회 역시 느리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느낀다며, “성 역할 구분을 떠나 함께 역할을 나누고 필요한 일들을 해 나가면서 변화가 생겨날 것이다. 예수의 어머니라는 특수한 여성만이 아니라 초대 교회 여성 회장과 같은 수많은 여성을 기억하고 여성들이 자유롭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 안 여성, 마르타와 마리아를 동시에 구현하는 그림자 노동자
마지막으로 개신교 단체 대표를 지낸 오수경 씨가 개신교 내 여성 리더십 현실을 발표했다.
개신교 안에서 비신학자, 비목회자, 40대 여성으로서 단체 대표를 맡았던 오 전 대표는 개신교 안에도 여성 리더십 표본이 없는 현실에서 “여성 리더십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면서, “개신교 내 비주류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너무 소중했기 때문에 역할을 맡았고, 교회 안에서 무수한 차별을 겪으면서 점점 페미니스트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여성들은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철저히 배제되면서, 어머니의 리더십, 모성애적 교회상을 요구받고 있다며, “여성 목회자를 허용하는 교단조차, 남성 목회자와 같은 역할을 주지 않고, 교육이나 양육 관련 역할을 맡게 된다. 여성 목회자를 제도적으로 받아준다고 하지만, 여전히 가부장적 성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에서는 여성들에게 “마르타와 마리아를 동시에 구현하는 지혜롭고 현숙한 그림자 노동자”를, 단체 실무자일 때에는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정하다”거나 당연히 남성 목회자의 부인으로 인식되는 현실을 말하며, “여전히 여성 차별을 신학적, 성서적으로 정당화하고,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한 무지와 무성의, 무례를 범하고, 시대착오적 반젠더적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수경 전 대표는 “왜 교회에서 여성주의적 관점은 주류 담론이 되지 못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와 신학 구조가 유지되면서 결국 ‘여성 리더십을 위한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에게는 여성 리더십의 계보가 있다. 교회는 여성들에게 해방의 공간이자 사회적 이득을 가져다 준 공간이었다. 여성들은 그런 교회 안에서 제한적임에도 자유로운 활동을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주의 관련 콘텐츠, 여성주의 성서 해석 등을 통해 여성들의 역동성을 살려 나갈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면서, “여성 안수 투쟁과 같은 전방위적이며 성실한 투쟁을 지속하고, 교회 내 권력을 재정의하며, 보다 상호존중적이고 평등한 관계와 권위의 나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신교 여성운동은 점점 변화하고 있으며, 과거 전문인을 중심으로 한 연구 활동, 수직적 운동이었다면, 최근에는 더 느슨하고 평등한 대중운동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그는 “여성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고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느슨하고 상시적인 연대, 대항 언어, 기도와 영성의 새로운 이해, 온라인 기반의 가벼운 조직, 위임과 분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전 대표는 현재 개신교 역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탈교가 가속화되고 있고, 선제적 노령화가 되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질수록 개신교 내부에서는 정상 가족 중심으로 한 가부장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고, 성소수자, 이주민과 같은 존재들이 배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때에 여성 리더십을 위한 운동은 상당히 중요한 과제가 됐다. 교회를 새로운 선교지로 인식해야 하는 것인가 생각하면서, 교회 밖에서 역동을 만들며 교회 안에서 요구하는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s://www.catholicnews.co.kr)202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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